태백 중학교

태백산맥 9시간

가는길
호텔에서 공짜 뻐쓰 타고 서울역에 일찍 도착. 시간은 많고 좀 출출해 육개장 한 그릇 시켰더니 너무 매워 입에 대 보지도 못하고 옆집 아가씨 커피로 입가심 한 후 9:01 강릉행 KTX 를 탔다. 일등은 만원이지만 우리 삼등은 텅텅 비어 옛날 이스탄불에서 다마스커스 갈 때 쏘련 비행기 Syrian Air 를 탔는데 전부 께나 하는지 비지니스는 만원이고 거의 나혼자 코치에 호로와 나무로 만든 의자에 타고 간 생각이 난다. KTX 가 조용히 출발하는 철로길 가장자리를 정원으로

단장해놔 길을 떠나는 여객들의 마음을 상쾌하게 해준다.

TV 에 정예군 300명을 모집한다는 광고가 나온다. 300명의 Spartan 이 Xerxes 의 Persia 대군을 무찌른 영화를 딴건가? 난 이영화는 보지 않았는데 이란에 갔을 때 300 영화는 사실을 너무 왜곡했다며 유태인들이 이란사람들의 반감을 자극해 미국과의 거리를 멀게하려는 장난이라며 열변 토하는 것을 들은 기억이난다.
청량리역에 서니 짐 없는 아줌마들이 잔뜩 탄다. 아마 day trip 인 모양.

중랑교를 지난다. 대학교때 청량리에 살던 친구가 스케이트 타자 꼬셔 북아현동에서 뻐쓰, 전차 타고 여기 중랑교 벌판에와 벌벌 떨든 생각. 그 이후 난 그렇게 추워본 적이 없는데 암만봐도 떨던 벌판은 찾기힘들다.

양평를 지나 눈이 내리기 시작한다. 강원도에 들어오자 개천과 강이 많아 fly fishing 에 최적 같아 물으니 잡을 만한 물고기들은 없다고.
목적지 진부역에 도착하니 완전 흰 눈세계. 택시타고 Olympic Stadium 에 도착했으나 하얀 빌딩이 하얀 눈 속에 잘 보이지고 않고 문은 닫아놔 들어갈 수도 없다. 왜 조그만 횡개마을에 Olympic Stadium 을 졌을까 물으니 이제 허물거란다. 딸라로 109 million. 아깝다.

택시운전사가 추천한 황태회관에 들어가 더덕동동주와 더덕구이 또 황태 해장국으로 배를 채우며 Stadium 안을 구경 못한 실망을 조금 가라 앉쳐본다. 근데 처음 맛보는 더덕 동동주는 와인같이 마시며 부케를 즐길 수 있다. 와인 좋아하는 친구들이 흉 좀 보겠지만. 강원도는 소나무 천지니 그걸로 잔을 만들면 아로마가 더 좋겠다.

횡개에서 뻐스로 강릉, 강릉에서 또 뻐스로 동해, 삼척을 거쳐 태백시에 도착하니 눈이 더 많이 와 쌓인다. 오늘 구경은 글렀는데 내일도 눈오면 어쩌지? 한옥 팬션에 들어가 짐 풀고 아래길 할머니집 찾아

생전 처음 곤드래 밥을 먹었는데 너무 맛있어 완전 곤드래가 됬다. (나중 NY 돌아올때 Korean Air 에서 곤드래 밥 저녁을 줬는데 이건 가짜.) 팬션에 돌아와 온돌방에 들어눠 아뜨거 아뜨거 하면서 잠을 설치다 일어나니 다행이 어제 폭풍은 사라지고 푸른하늘이 보인다.

자 이제 태백을 구경하자.

함백산
팬션 뒤 함백산를 먼저 찾았다. 태백산, 문수봉, 달바위가 멀리 앞에 보이고 태백시가 밑에 있다. 탄광이 잘 될 때는 십오만명이 살았는데 지금은 고작 사 오만명. 남은 탄광하나는 5천명에서 500명으로. 싼 중국석탄 때문인가? Vista 정자에 앉아 보호와 투자가 필요한데 생각하며 조용한 태백시를 보고있자니 109 Million이 생각난다. 뭐라지? 속은 없어도 폼생폼사?

태백 중학교
우리 여행의 목적지다. 사람들이 왜 여기 왔느냐 묻는다. “여기까지 어떻게 오셨어요? 태백 중학 나오셨어요?”

그래 이렇게 대답한다. “태백 산맥이 대한의 척추이고 한강은 대한의 핏줄. 태백산 속에 한강이 시작되는 태백시의 중학교니 대한의 중학교. 당연히 보러 와야죠.” 라고.

사실은 이런 기상과 피를 받은 중학생들이 중공군의 침입을 막으려 127명에 달하는 학생들이 자원해 큰 전공을 내면서 18명이 전사한 역사가 있는 태백 중학교에 그 들을 잊지 않으려 올린 충혼탑을 보며 경의를 표하려 왔다. 여학생들은 참전 못하게 하고 늙고, 어리고, 연약한 사람들을 우선 보호한 청년들을 위해 세운 기념탑 pilgrimage 이다. 기념탑은 생각보다 컸고 유치하지 않게 잘 세워놨다. 탑 주위에 총을 쏘며 수류탄 던지는 어린 군인들 조각앞에서 차렷하고 경례를 하니 감개무량하다. 지금에 한심한 나라 보면 18이 흘린 피 안타깝기만 하다. 남은 109 분들 많이 돌아 가셨다는데 모든 분들의 명복을 빈다.

황지연못
태백에 오고 싶었든 이유가 또 하나 있었다. 낙동강과 한강이 시작되는 근원 (source) 들이 여기 있다. 대한의 2대 강들이 (Two Great Rivers) 한 적은 도시에서 시작 한다는 것이 얼마나 흥미로운 사실인가? 서로 멀리 떠러진 두 호수에서 (Lake Tana 와 Lake Victoria) 시작해 흐르다

합쳐 큰 강이 되는 나일강이 (The Nile) 있지만 한군데에서 두 강이 시작되는 곳은?
낙동강이 시작되는 여기 황지연못에는 놀부와 Ildith (소돔과 고모라) 같은 전설이 있다.

“이 연못은 황씨가의 옛터로 전설에 의하면 이 황씨는 수전노 노랭이 였다.
어느 봄날 황부자는 와양간에서 쇠똥을 처내고 있었는데 옷차림이 남루한 노승이 시주를 청했다.

황부자는 시주하기를 거절했으나 노승음 물러나지 않고 거듭 염불을 외며 시주를 청했다. 이에 화가치민 황부자는 쇠똥을 한 삽 퍼서 시주바랑에 넣어주며 “이거나 받아가라” 고 하였다. 노승은 조금도 노하지 않고 공손이 인사하고 돌아가는데 마침 애기를 업고 방아를 찧던 며느리가 이를 보고 부끄러히 여겨 시아버지 몰래 자기가 찧은 쌀 한바가지를 퍼내어 노숭에게 시주해 올리며 시아버지의 죄를 용서 빌었으나 노승은 며느리에게 말하기를 “이 집은 이미 운이 다하였으니 아기를 업고 속히 소승의 뒤를 따라오시오. 어떠한 일이 일어나도 절대 뒤를 돌아보지 마시요.” 라고 일러주었다. 이에 며누리는 곧 집을 나서 송이재를 넘어 구사리 산마루에 이르렀을때 뇌성벽력과 땅이 갈라지는 듯한 소리에 깜짝놀라 노승의 당부를 잊고 뒤를 돌아보는 순간 그 자리에서 돌이 되어버렸고 황부자의 집은 땅 밑으로 꺼저내려가 간 곳 없고 집터는 연못으로 변하였다. 지금도 삼척군 도계읍 구사리 산마루에는 황지쪽을 뒤돌아 보며 아기를 없은 채 서있는 돌 미륵이 있어 보는이로 하여금 가슴을 아프게 하며 함께 따라간 강아지도 돌이되어 그옆에 있다.”

낙동강의 원래 근원지는 태백시 조금 위에 황지천인데 황지연못으로 흐르고 볼품도 없어 황지연못에게 주어진 듯 하다.

한강의 발원지 검룡소
이 곳을 가려면 주차장에서 약 1.5 km 를 걸어오른다. 가파른 길은 아니지만 배꼽까지 쌓인 눈을 헤치며 오르는 길, 재미라 할까? 오솔길을 잘 닦아놓고 여기 저기 벤치와, 꽃, 동물, 나무들 설명서. 참 잘 해놨다. 태백 상징인 함박꽃 나무들이 많은데 이북에서는 목난이라 부르는 북한의 꽃이기도 하다.
전날 폭설 폭풍은 사라지고 포근한 날씨에 먼지 한 점 없는 파란하늘을 보며 눈 속으로 걸으니 마치 Swiss 나 Vermont 의 설경이다. 여기저기 mini avalanche 로 자연 눈사람도 있고. 어릴 때 함태영씨 집 앞 층계에 앉아 파란하늘과 뭉게구름 처다볼때를 생각하며, 한강이 될 개울을 따라 일 마일 오르면 깊은 연못이 있고 거기에서 흐르는 물이 조그만 폭포를 이루었다. 아내와 둘이 눈뭉치 만들어 개울에 던지며 빨리 흘러가 서울에서 만나자 기약한다. 너무 상쾌하고 공기가 깨끗해 씨가 (a Cohiba no less) 한 대 펴 물고 눈길을 내려왔다.

이곳은 식당은 없지만 조그만 안내가게에서 커피와 라면을 판다. 정말 한국은 라면 땅 (land).

참 아름다운 눈속의 산책이었다.

매봉산 풍력단지
영국, California, Spain 등에서 많이 본 대형 바람 turbine 을 보러 산꼭대기로 향했다. 마침 길에 눈을 치워놔 꼬불탕길을 올라가니 뿔 달린 꽃 노루가 껑충 뛰며 반갑게 맞아준다. 어미! 바람개비 이렇게 크딘게이? (게 하면 전라도. 거기에 이 를 부치면 Canadian.) 항상 멀리서 볼 때는 귀여웠는데 바루 밑에서 보니 크기가 War of the Worlds 에 Alien 전차같다.
차에서 내려 동쪽으로 바라보니 바루 밑은 고랭지 배추밭, 저 멀리 태백산맥이 보이는데 눈에 덮인 산 넘어 산, 또 산 넘어 산, 그 뒤는 동해. 임금님 평풍에 그려있는 첩첩 산중의 표현이다. 공기는 맑고 하늘은 푸르고. 큰 숨을 드리켜본다.

Kallywood
태백시 옆 철암에 “태양의 후예”를 촬영한 셑이 있어 관광지가 됬다. 탱크, 헬기, truck, Medivac, 간이식당, 교회, 무너진 건물등이 있고, 군복으로 갈아입으면 그 자리에서 특공대 입대할 수가 있다. 그래 난 소령으로 입대해봤다. 중국 관광단이 많이와 덕을 봤는데 관광객을 못가게해 방문객은 우리 둘 뿐. 대국에서 소국같은 일을 하니. 얼마 된다고. 마음이 크고 너그러워야 진짜 대국이 된다는걸 잊으셨어.

이곳을 한국의 Hollywood 으로 만들자 말 나누며 Kallywood 으로 이름 지어주고 순두부로 유명한 구와우 (nine sitting bulls) 로 향했다.
왜 Kallywood? 강원도 산속에 라는 표현.

장릉
구와우 순두부집 아줌마 문닫고 하와이로 휴가 떠났는지 뚜드려도 인기척이 없다. 또 실망하고 단종대왕의 장릉으로 향했다.

단종, 사륙신, immortal 시조. 이유 녀석에게 죽음을 당한 조선 왕조의 진짜 마지막 임금 단종이 계신 곳. 이유와 한명회 집단이 나라를 망쳐놓은 후 조선반도는 어떻게 되었나. 침략, 기근, 노예로 지내다 결국 나라 잃은 못난이들. 이미 타계에서 염라대왕과 St. Peter 에게 재판 받고 지옥에서 불타고 있겠지만 그래도 머리끝까지 치미는 화, 조용히 눈물로 달래본다.

태백에서 부문동 터넬을 지나면 정선군이고 동강을 옆으로 한옥 기차정거장이 있는 영월이 나온다. 여기에 장릉이 있다. 충신 엄흥도가 시체를 찾고 동이가 재촉해 숙종이 묘호를 올리고 아들 영조가 비각을 만들었다. 최숙빈 동이 아니었으면 왕릉 조차도 없었을 뻔한 단종의 무덤이다. 역시 영리한 우리 반도의 여자들. 적은 규모지만 17세 어린 단종에 맞게 이쁘장 하다.

쓸쓸히 죽어간 단종, 입장료도 없는데 찾은 사람들은 우리 둘 뿐. 아무도 없어 쓸쓸했던 이순신 장군의 한산도가 생각난다.

나라의 운명이 한 패거리의 욕심으로 세종대왕의 천년대계가 망쳐진 그 때와 요즘은 어떤가?
큰 절로 하예 드리고 오늘의 마지막 길, 박달재로 향했다.
근데 밧줄로 능안에는 못들어가게 해놔 절드리려면 쎄멘트 바닥에서 해야된다. 이 친구들.

박달재 (여기는 충북)

70년도에 LA 갔을때 친구 기용가 준 KAL CD 안에 박달재 노래가 있어 들을 때 마다 박달이와 금봉이가 있는 박달재에 가봤으면 하고 벼르다 이번에 왔다. 조선의 Romeo 와 Juliet, 슬프고 아름다운 전설이다.

걸어 올라가고 싶었지만 오염 때문인지 보이는 것 하나없고, 걷기에는 인도도 없고, 날은 저무러 호랑이 나올까 무서워 차로 훌떡 오르니, 야야야! 건너편 산에서는 숫을 만드느라 산이 연기로 가득차고, 분위기에 안 맞게 큰 캬페빌딩이 정상에 있고, 저 멀리 무슨 호텔인지? 큰 동상, 작은 동상, 서있는 동상, 드러눠있는 동상들로, 낭만의 봉우리를 재주있게 허트려 놨다. 또, 이 친구들.

에이, 오지말걸.

그래도 거란 십만대군을 박달재에서 물리친 김취려 장군의 기념비도 보며 주막에 들어가 동동주 한잔과 도토리전을 시켜놓고. 매일 금봉이만 생각해 과거준비 안하다 낙방한 박달이, 기다리다 못해 목숨을 끊은 금봉이를 생각하니, 자고로 이 나라는 여자들이 월등한 곳이다. 시 한구절 쓰고 싶었지만 술잔 맛도 없고 해 서울가는 밤기차 타러 빙어로 유명한 제천시로 향했다.

빙어튀김은 나중으로 미루고.

다녀와서
원래는 태백에서 하루 자고 태백산 올라갔다가 박달재 거쳐 부산으로가 UN군 묘지와 동백꽃 보고 보수시장에서 고래고기 먹을 작정이었는데 눈사태로 부산은 다음으로 미루고 태백만 구경했다. 꼭 또 한번 오고싶다. 힘든 역경에서도 사람들 친절하고 옆마을 정선에는 더덕동동주, 전병! 정선 순두부와 더덕은 세계 최고라니. 물고기가 있던지 없던지 많은 태백 개울에서 낚시도 해보고.

사실은 멧돼지 사냥이 최고라는데 난 주민등록증 없어 못하니 다음 멧돼지 잡으면 연락해달라 부탁 해놨다. 그 때 와서 태백용사 살아계신 분들과 동네 어른들 한옥 팬션에 모시고 Toscana pappardelle cinghiale 를 만들어 Piedmonte 포도주와 드시게 해야지. 잠간, 정선 더덕동동주가 더 날까?